
심우정 검찰총장이 임기 2년을 채우지 못한 채 9개월 만에 물러났다.
이재명 정부가 정성호 법무부 장관과 봉욱 민정수석을 앞세워 ‘검찰개혁 투톱 체제’를 완성한 직후 나온 사의 표명은 정치권과 법조계에 중대한 시사점을 던진다. 후속 인사와 조직 재편 역시 정권 핵심 구상의 연장선에서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심 총장은 1일 오후 입장문을 통해 사의를 공식 표명할 예정이며, 2일 대검찰청에서 퇴임식을 가진다. 검찰총장 임기를 2년으로 보장한 1988년 이후 중도 퇴진한 16번째 총장이 된다.
사퇴 배경에는 이재명 정부의 ‘검찰권 분산’ 기조가 결정적이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새 정부는 검찰의 직접수사 기능 축소, 기소권 분리, 고위직 수사 전담기구 신설 등을 골자로 한 검찰개혁안을 준비해왔다.
여권 내 최측근인 정성호 의원이 법무장관에 임명되고, ‘기획통’ 봉욱 전 대검 차장이 민정수석으로 기용되면서 검찰에 대한 정치적 견제 장치는 사실상 완비됐다.
법무부 차관으로는 수사 경험이 비교적 적은 이진수 전 대검 형사부장이 발탁됐다. 이 차관은 취임 직후 “검찰 수사의 과오를 성찰해야 한다”며 내부에 강도 높은 인적 쇄신을 예고했다.
실제로 차관 취임 직후 일부 고검장 및 검사장에게 인사 조치가 있을 것이라는 통보가 돌면서 대검은 긴장감에 휩싸였다.
검찰 내부에선 총장의 전격 사퇴와 개혁 드라이브에 대한 우려 섞인 반응이 감지된다. 한 고위 간부는 “명분 없는 검찰 개편은 수사 독립성과 정치 중립성을 훼손할 수 있다”며 “총장의 사의 표명은 항명이 아닌 책임 있는 결단”이라고 전했다.
반면 중간 간부급에서는 “조직이 정권 변화에 과도하게 반응한다면 검찰 본연의 기능 자체가 약화될 수 있다”는 신중론도 나왔다.
후임 검찰총장 인선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여권은 내부 인사 중 기획·형사라인 출신의 ‘비정치형’ 인물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검찰개혁의 취지를 조직에 안정적으로 이식할 수 있는 ‘유연한 실무형 리더’가 우선순위라는 관측이 나온다. 일각에선 청와대가 공수처 출범 모델처럼 외부 인사 발탁을 전격 추진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재명 정부의 국정과제 1순위인 사법개혁은 이제 실질적 구조 개편 단계에 들어섰다. 정치권은 심 총장의 사퇴를 두고 "예고된 수순"이라 평가하면서도, 그 여파가 검찰의 수사 기조, 특히 현 정권을 겨냥한 특수수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