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의 한낮. 포항시 남구 동해면에 위치한 중증장애인 거주시설 ‘예우리’에는 무더위를 잊은 듯 구슬땀을 흘리는 이들이 있었다.
흠뻑 젖은 땀이 줄줄 흐르고 있었지만, 그들의 표정에는 피곤함보다 웃음이 먼저 맺혔다.
“더운 날씨보다 이분들이 더 나은 환경에서 지내셨으면 하는 마음이 먼저입니다.”
이날 봉사활동에 나선 EBTS협동조합 포항오천지국 김민경 지국장의 말이다.
김 지국장은 매달 어김없이 ‘예우리’를 찾는다.
이날도 어김없이 13명의 조합원들과 함께 환경정화 봉사에 나섰다.
청소 도구를 들고 복도와 생활공간, 화장실, 마당 곳곳을 샅샅이 닦는 손길에는 익숙함과 정성이 묻어났다.
“처음에는 봉사받는 분들이 경계도 하고 어색해하셨죠. 그런데 지금은 우리가 오면 반갑게 인사부터 해주십니다. 그게 참 힘이 돼요.”
쾌적한 환경은 물론, 사람의 손길과 관심이 주는 따뜻함. 조합원들은 그것이야말로 이 봉사의 진짜 목적이라 입을 모은다.
‘예우리’ 관계자 역시 “무더위에 찾아오는 것도 감사한데, 매달 와주시는 분들은 정말 드물다”며 “조합원들이 올 때마다 아이들이 더 밝아진다”고 말했다.
EBTS협동조합은 단순한 자원봉사 단체가 아니다.
배달주유라는 독특한 사업 모델을 기반으로 하는 사회적경제기업이다.
농어촌이나 도서지역, 건설현장 등 주유소 접근이 어려운 곳에 연료를 직접 공급해주는 ‘이동형 에너지 플랫폼’을 운영 중이다.
지금도 포항 남구 일월동에 ‘EBTS 주유소 12호점’을 새로 열며 기반을 넓혀가고 있지만, 조합이 강조하는 가치는 수익이 아닌 ‘공유’다.
독도사랑주유소, 친환경 연료 보급, 그리고 예우리에서의 봉사까지 EBTS의 활동은 비즈니스와 공동체 가치가 맞닿은 지점에 있다.
“우리는 지역과 함께 가는 조직입니다. 연료를 배달하는 일이 곧 삶을 연결하는 일이라고 믿어요.”
뙤약볕 아래에서 허리를 굽혀 풀을 뽑고, 먼지를 닦는 조합원들의 모습은 그 말의 의미를 고스란히 전해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