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기차 캐즘과 미국 IRA(인플레이션감축법)가 포항에 1조2천억원 전구체 공장 투자계획을 날려 버렸다.
관련업계에서는 지난 5월 포스코퓨처엠이 중국 절강성의 양극재와 전구체 합작공장에 추가 투자 일정을 연기하며 국내에도 투자철회 조짐을 보였었는데 이번에 현실화 됐다는 분석이다.
포스코퓨처엠이 포항 블루밸리산단에 약 1조2천억원을 투자해 양극재용 전구체 공장 건설 계획을 전면 백지화했다.
포스코퓨처엠은 중국 화유코발트와 함께 추진하던 포항 니켈제련, 전구체 공장 투자 검토를 중단키로 했다고 4일 공시했다.
포스코퓨처엠은 "투자양해각서 체결 이후 캐즘(Chasm)을 거치면서 사업성 확보가 어렵다는 판단 하에 투자 검토절차 중단을 최종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포스코퓨처엠의 투자 철회결정은 미국 IRA(인플레이션감축법)과 전기차 케즘 장기화 등이 겹치면서 공격적인 투자에 무리라는 결정이 앞선 것으로 보인다.
또 올해 상반기 포스코퓨처엠의 영업이익은 연결 기준 40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3.9% 감소한 것도 원인이 되고 있다.
포스코퓨처엠은 미국시장에 진출목적으로 화유코발트와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니켈제련, 전구체 공장 투자를 결정했지만 미국 IRA가 발목을 잡았다,
미국은 IRA에서 중국을 해외우려기관(FEOC)로 규정하고 있는데, 화유코발트는 FEOC에 포함돼 있다.
미국은 중국 등 FEOC 우려국 측의 지분율이 25%를 넘어서면 IRA 세액공제를 제한한다
지분율을 25% 이하로 낮춘다 해도 중국 공산당원이 재직하고 있는 화유코발트는 FEOC 규정에 걸린다.
FEOC에서는 중국 중앙·지방정부, 중앙·지방정부의 기관기구, 우려국 집권·지배 정당과 전·현직 고위 정치인 등을 ‘해외우려국 정부’로 정의하고 있기 때문이다.
합작공장을 설립하고 고순도 니켈 및 전국체를 생산한다 해도 미국으로 수출할 경우 세엑공제 등의 혜택을 못 받기 때문에 포스코퓨처엠이 얻는 투자이익이 없다는 뜻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기업과 손잡은 이유가 원가 경쟁력인데 지분율을 낮추고, 기술 라이선스 비용은 치러야 한다면 실익이 없어지기 때문에 투자를 철회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포스코퓨처엠의 이번 투자철회 결정은 이미 지난 5월부터 예건됐었다.
지난 5월 포스코퓨처엠은 중국 절강성에 건설한 ‘절강포화신에너지재료유한공사’와 ‘절강화포신에너지재료유한공사’에 대한 추가 투자 일정을 연기했다.
이들 회사는 포스코퓨처엠이 화유코발트와 설립한 합작공장으로 각각 배터리 제조의 핵심원료인 양극재와 전구체를 생산한다.
포스코퓨처엠은 2021년 8월 합작사를 설립한 뒤 지난해 하반기 두 개 공장을 완공했다.
2022년 상반기와 하반기, 지난해 상반기 추가 투자를 단행해 생산 능력을 기존 5000t에서 양극재 2만5000t, 전구체 3만5000t으로 늘리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해 하반기부터 전기차 수요 부진이 길어지면서 포스코퓨처엠은 추가 투자계획을 미루기로 했다.
유럽, 미국과 더불어 주요 시장인 중국마저 전기차 시장이 침체에 빠지면서 투자 일정을 조정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전기차 캐즘이 장기화되며 중국 절강성 공장의 투자계획이 연기됐고 그 연장선상에 포항 블루밸리산단의 전구체 공장 설립투자 중단이 나온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한편 포항지역 사회는 포스코퓨처엠이 1조2천억 전구체 공장 투자철회 소식에 당황하는 분위기다.
포항시는 포스코퓨처엠이 중국 CNGR과 합작공장과 화유코발트 합작공장 설립으로 이차전지 메카로 자리를 공고히 한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중국 CNGR그룹이 합작해 신규 설립한 포스코CNGR니켈솔루션과 C&P신소재테크놀로지 공장 착공식을 가졌지만 화우코발트 합작공장은 기약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결국 전기차 캐즘과 미국 IRA(인플레이션감축법)이 포항시를 이차전지 메카로 자리 잡는데 발목을 잡은 모양새다.
포항시 관계자는 “전기차 캐즘 때문에 투자가 지연되고 있다”며 “이전에 세워둔 착공 예상 시점 등 계획이 있었지만 현재는 전부 보류가 된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포스코 측에서 어느 정도 기간을 두고 판단 중인 것으로 알고 있지만 투자여부는 향후 전기차 시장의 회복 여부에 달려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