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023년 여름 울릉군 현포어린이해수풀장에서 발생한 초등학생 사망사고와 관련해 법원이 2년여 만에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관리 책임은 사실상 울릉군 전체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개별 공무원에게만 형사적 책임이 집중되면서 “희생양 만들기”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대구지법 포항지원 형사2단독 박광선 부장판사는 14일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울릉군 공무원 4명 중 1명에게 금고 1년·집행유예 2년을, 나머지 3명에게는 벌금 1000만~15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준공 이후 시설 관리 책임은 공무원에게 더 크다”고 판시했다.
하지만 법정 안팎에서는 이번 판결이 근본적 원인을 외면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안전 설비 미비와 관리 인력 부족은 개별 공무원의 과실이라기보다 군청 조직 차원의 예산·인력 운용 실패가 주요 요인이라는 것이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시공·감리 관계자 5명 중 설계 담당 2명은 무죄를, 나머지 3명은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이들에 대한 처벌 수위는 공무원과 마찬가지로 벌금에 그쳤다.
지역 사회에서는 “애초 안전망을 설치하지 않은 시공사와 이를 검증하지 못한 감리단에 책임이 있는데, 결국 책임의 무게는 군청 실무자에게 전가됐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울릉군은 인구 1만 명이 채 안 되는 소규모 자치단체로, 전문 인력과 예산 부족이 만성화돼 있다.
재판부도 “전문지식이 없는 공무원이 우연히 담당이 됐을 뿐”이라며 현실적 한계를 인정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적 책임은 고스란히 개인 공무원 4명에게 돌아갔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군청 차원의 제도적 안전 관리 시스템 부재가 본질인데, 말단 공무원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구조적 문제를 가린 채 개인만 희생양 삼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사고가 발생한 현포어린이물놀이시설은 총 사업비 6억2648만원이 투입돼 2015년 준공됐다.
당시부터 취수구 안전망 미설치 문제가 꾸준히 지적돼 왔지만, 개선 조치는 없었다. 결국 2023년 8월 1일 13세 A군이 취수구에 팔이 끼어 숨지는 비극이 벌어졌다.
지역 주민들은 이번 판결을 두고 “결국 아무도 구조적 책임을 지지 않은 채, 실무 공무원만 징계받는 억울한 상황이 됐다”며 울릉군 차원의 근본적 안전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