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프로와 중국 GEM이 인도네시아에서 양극소재 밸류체인 구축을 위해 손을 잡았다.
이는 에코프로의 미래 성장동력 마련을 위한 이동채 전 회장의 전략적 결정으로 평가받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협력이 중국의 LFP 배터리에 밀려 위기에 처한 한국의 삼원계 배터리 산업을 되살릴 수 있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주목하고 있다.
이동채 전 에코프로 회장은 최근 직원들과의 간담회에서 현 배터리 시장 상황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지금처럼 하다가는 미래가 없다"며 위기의식을 드러낸 이 전 회장은 NCM 삼원계 배터리가 LFP에 밀려 시장이 축소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배터리 산업의 과잉 투자와 제조업 본질 경쟁력 경시를 현재의 '캐즘' 상황을 초래한 주요 원인으로 지목했다.
기술 및 공정개발을 통한 혁신, 경영 효율화를 통한 경쟁력 확보가 미흡해 산업 전체가 캐즘에 빠졌다는 것이다.
이동채 전 회장은 지금 같은 캐즘이 상당기간 지속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에코프로도 3, 4년 뒤 존망을 걱정해야 할 위기로 인식하고 있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이 전 회장이 제시한 것이 바로 GEM과의 통합 얼라이언스 구축이다.
양극재는 크게 광산, 제련, 전구체, 양극소재 등 4개 산업으로 구성돼 있는데 이 산업군간 벽을 헐어 하나의 산업으로 만들자는 것이 이 전 회장의 구상이다.
에코프로와 GEM의 협력은 양극재 산업의 네 가지 주요 부문인 광산, 제련, 전구체, 양극소재를 하나로 통합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GEM은 이미 인도네시아에서 연간 15만 톤의 니켈 생산 능력을 갖춘 제련소를 운영하면서 인도네시아에 QMB, 그린에코, 메이밍, ESG등 4개의 제련 법인을 운영 중이고 에코프로는 이곳에 3억 달러 가량을 투자한 바 있다.
이번 얼라이언스의 핵심은 니켈 원가 절감에 있다.
삼원계 배터리에서 니켈이 차지하는 원가 비중이 40% 이상인 만큼, 저렴한 니켈 조달은 가격 경쟁력 확보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GEM과의 얼라이언스 구축은 니켈을 저렴하게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매력적인 카드다.
에코프로는 전구체와 양극소재 분야에서 세계적인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에코프로머티리얼즈가 니켈 원소재를 수입해서 진행하는 황산화 공정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게 업계 평가다.
특히 에코프로비엠은 하이니켈 양극재 부문에서 글로벌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에코프로와 GEM이 양극소재 밸류체인에서 강점이 결합된다면 시장에 미칠 파급력이 상당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이 전 회장은 “산업의 융합만이 우리가 가야할 길이다. 올해 기초작업을 하고 내년에는 바로 시행할 수 있도록 하자”고 허개화 회장과 합의했다.
허개화 GEM 회장은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각자가 가지고 있는 강점들을 꼭 통합해야 한다"며 이번 전략적 협력에 대한 강한 의지를 표명했다.
이번 에코프로와 GEM의 얼라이언스는 LFP 배터리의 가격 경쟁력에 밀려 위기를 맞은 K배터리 산업의 부활을 위한 중요한 전기가 될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K배터리는 삼원계 기반으로 생태계가 조성돼 있어 중국이 주도하는 LFP가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시장 파이를 확대해 나가고 있어 위기의식이 퍼지고 있다.
전기차 원가에서 배터리 가격이 차지하는 비중이 대략 40% 안팎이다.
LFP가 삼원계에 비해 20%가량 가격이 저렴해 배터리 가격을 낮춰야 하는 OEM 입장에서 삼원계의 ‘성능’ 보다 LFP의 ‘저렴한 가격’에 주목하고 있다. 삼원계 입장에서 원가 인하가 당면과제인 것이다.
에코프로와 GEM의 얼라이언스는 GEM의 제련소를 통해 니켈을 저렴하게 공급받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에코프로 기술 경쟁력이 더해지면서 ‘시장 파괴’의 혁신적인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전 회장은 "이번 프로젝트가 성공하면 어느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경쟁력을 갖춘 산업 대혁신을 이루게 된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