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 가스전 탐사 시추선 입항, 예산은 98% 삭감 논란

정부 의지와 달리 '대왕고래' 프로젝트 예산 98% 삭감

동해 심해 가스전 유망구조 탐사를 위한 시추선 '웨스트 카펠라'호가 9일 오전 부산항 남외항에 입항했다. 그러나 국회에서 관련 예산이 대폭 삭감되면서 사업 진행에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최근 '대왕고래' 첫 시추 사업 예산을 기존 정부안 505억 원에서 497억2000만 원(98%)을 삭감했다. 이에 따라 통과된 예산은 8억3700만 원에 불과하다.

 

더불어민주당은 이 삭감안을 그대로 국회 본회의에 상정키로 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석유공사는 시추 비용 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예산 삭감으로 인해 대왕고래 프로젝트의 순탄치 않은 진행이 예고됐다"고 말했다.

 

포항시는 최근 한국석유공사와 '영일만항 보조 항만시설 임대차 및 하역 용역' 계약을 체결하며 유전개발 배후항만으로서의 성장을 기대했으나, 이번 예산 삭감으로 그 기대가 무산되게 됐다.

 

포항지역 국민의힘 소속 광역·기초의원들도 지난 6일 "대왕고래 시추 예산 즉각 반영"을 촉구했지만, 이 역시 실현되지 못했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웨스트 카펠라호는 부산 영도 인근 해상에 정박한 후 7-8일간 시추에 필요한 자재를 선적할 예정이다.

 

이후 17일경 시추 해역으로 출발해 본격적인 작업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해수면 아래 1km 이상 깊이까지 시추하여 시료 암석층을 확보하는 데 약 2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유증의 존재 여부는 상반기에는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웨스트 카펠라호는 2008년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드릴십으로, 길이 228m, 너비 42m, 높이 19m 규모이며 최대 시추 깊이는 11,430m에 달한다. 그동안 주로 동남아와 서아프리카 해역에서 작업해왔다.

 

'대왕고래' 프로젝트는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6월 긴급 대국민 브리핑을 통해 직접 개발 의지를 피력할 만큼 현 정부의 상징적인 정책 과제로 꼽혀왔다.

 

그러나 최근의 정치적 혼란으로 인해 한국석유공사는 대대적인 홍보 활동을 자제하고, 사진과 영상 자료만을 언론에 제공하는 등 조용히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지난 9일 기자간담회에서 "국회에서 끝내 시추 예산이 반영되지 못할 경우 추경예산 반영 등을 위해 부처와 다각적인 협조체제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