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가 추진 중인 대구경북(TK) 행정통합 계획이 절차적 민주주의 결여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 7일 포항시 청소년수련관에서 개최된 대구경북 행정통합 동부권 주민 설명회에서 시민들은 주민투표 실시와 숙의위원회 구성 등 의견 수렴 절차의 선행을 강력히 요구했다.
김호진 경북도 기획조정실장은 설명회에서 "통합은 저출생과 지방소멸 등 국가적 현안을 지방이 주도적으로 해결하는 국가 대개조 프로젝트"라며 통합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2026년 7월 대구경북특별시 출범을 목표로 하는 로드맵을 제시하며, 통합의 효과로 위상 강화와 경쟁력 확보 등을 언급했다.
그러나 자유토론 시간에는 통합 추진 과정의 절차적 문제와 일방적 추진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박희정 포항시의원은 "주민투표법은 행정통합과 관련해 주민 투표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데도 경북도는 투표를 하지 않으려 한다"며 주민투표 실시를 강력히 요구했다.
이에 대해 김호진 실장은 "주민투표를 하려면 70일 이상 걸리고 300억 원 이상 소요돼 여론조사 등에서 찬성하는 분위기라면 투표하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시간·비용·행정적 문제와 투표로 인한 시도민의 갈등 문제 등을 고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통합의 관건인 실질적 재정 독립 확보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박칠용 포항시의원은 "행정통합에서 실질적인 문제는 재정이다. 교부세 등 재정 확보가 전제되지 않은 통합은 허울뿐"이라며 재정 특례 보장 여부를 질의했다.
이에 대해 홍근석 연구위원은 "국세의 지방 이양은 굉장히 어려운 문제"라면서도 "현재 특별법안에는 교부세가 현재보다 줄어들지 않을 정도로는 유지하고, 특별법을 개정하면 충분히 가능한 부분이 있어 큰 어려움이 없다"고 답변했다.
김은주 포항시의원은 "경북도의회에서 특별위원회를 만들었지만 이와 별개로 22개 시군의 시도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숙의형 공론화위원회 구성"을 제안했다.
한편, 설명회 시작 전 포항시민단체연대회의는 "시민 의견 수렵 없는 통합을 반대한다"며 피켓시위를 벌였고, 경북 북부권에서 온 주민들도 설명회장 안에서 '통합 반대' 피켓을 들고 침묵시위를 펼쳤다.
경북도는 오는 15일 남부권, 18일 북부권, 20일 서부권으로 권역별 주민설명회를 이어갈 계획이다. 이번 설명회를 통해 드러난 주민들의 우려와 요구사항에 대해 경북도가 어떻게 대응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