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대구경북 김유신 기자 | 멈춰 있던 시간이 다시 흐르기 시작했다
시간이 멈춘 듯 고요했던 그곳에 다시 사람의 온기와 움직임이 스며들고 있다. 텅 비어 있던 교실은 평생학습장이 되어 마을 어르신들의 손끝에서 배움이 이어지고, 잡초만 무성했던 운동장은 공동체 텃밭과 체육공간으로 되살아나 활력을 품고 있다.
경북교육청이 추진 중인 ‘폐교 활용 공모사업’은 단순한 유휴 공간 재활용을 넘어, 지역의 공동체 정신과 생활 인프라를 복원하는 ‘지속 가능한 공존의 실험’으로 주목받고 있다.
폐교, 지역과 다시 연결되다
경북교육청은 2023년 하반기부터 폐교를 지역 공동체의 새로운 거점으로 되살리기 위한 ‘폐교 활용 공모사업’을 본격 추진했다.
이 사업은 폐교를 지역 주민단체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소득 증대시설이나 공동이용시설로 활용할 경우, 무상으로 빌려주는 방식이다.
단순한 재산 처분이 아닌 지역사회와의 상생을 목표로 한 이 정책은, 유휴자산을 공유자산으로 전환하는 새로운 접근으로 평가받는다.
지난해에는 6월 사업계획 수립 이후, 7~8월까지 공모를 진행해 총 10건의 신청서를 접수했다. 경북교육청은 이들 가운데 활용 목적의 적정성, 실현 가능성, 효과성 등을 중심으로 심사를 진행해 4개 폐교를 최종 선정했다. 선정된 단체와는 2년간 무상 대부계약을 체결하고, 필요시 1회에 한해 1년 연장도 가능하다.
무상 대부에 따른 분쟁이나 악용을 막기 위해 표준계약서 도입과 정기 점검 체계도 마련했다. 당초 계획과 다른 용도로 변경하거나, 관리 소홀 등 문제가 발생하면 경고와 계약 해지까지 가능하게 하여 사업의 공공성과 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했다.
네 곳의 폐교, 마을의 아이디어와 손으로 다시 숨 쉬다
경북교육청 폐교 활용 공모사업을 통해 선정된 네 곳의 폐교는 지역의 손길과 아이디어로 새롭게 태어난다. 각기 다른 마을의 필요와 자원에 기반한 사업들은 단순한 공간 재활용을 넘어, 지역경제와 공동체 회복의 중심축이 되고 있다.
사례①_영양군 수비초등학교신암분교장_특용작물 재배 및 공동체육시설
수비초등학교 신암분교는 신암리마을회가 중심이 되어 특용작물 재배장과 공동체육시설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지역의 토양과 기후를 살린 특산물 재배는 주민 소득 증대에 기여하고, 체육공간은 지역민의 건강과 소통을 이어주는 플랫폼이 될 전망이다.
사례②_구미시 해평초등학교향산분교장: 스마트팜 및 마을 평생학습 공간
구미시 해평초등학교 향산분교는 지역 주민들로 구성된 농업법인이 운영을 맡아, 스마트팜 기반 농업시설과 마을 평생학습 공간으로 전환된다. 디지털 기술 기반 농업과 교육이 결합한 이 공간은 농촌의 미래형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사례③_포항시 이가초등학교_어촌 체험 시설
동해안 어촌마을 이가리의 이가리마을회는 폐교된 이가초등학교를 어촌 체험교육 공간으로 전환한다. 낚시·해산물 채취·해양 생태 교육 등을 운영하면서 방문객 유치와 지역경제 활성화 두 마리 토끼를 노린다.
사례④_경주시 의곡초등학교 일부분교장_소득 증대시설(유정란 생산)
경주시 산내면의 산내일부곤달비마을회는 의곡초 일부분교장을 유정란 생산 시설로 활용할 계획이다. 마을 주민이 협력해 생산과 유통을 함께 하며 공동 소득 기반 구축과 지역 농업 자립력 강화를 기대하고 있다.
교육청은 공간을 내어주고, 마을은 생명을 다시 불어넣는다
임종식 교육감은 “폐교 활용사업을 통해, 단순히 공간을 채우는 것이 아니라 마을의 삶과 가치를 회복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라며, “교육청은 공간을 제공하고, 마을은 생명을 불어넣는 상생의 모델이 계속 확산하길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경북교육청은 앞으로도 지역사회의 자발적 참여를 독려하고, 공모와 점검, 행정 지원을 통해 폐교활용 사업이 지속 가능한 정책 모델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뒷받침을 이어갈 방침이다.
[뉴스출처 : 경북교육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