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시 북구 용흥동에서 추진되던 ‘중앙하이츠 용흥’ 민간임대주택 사업이 사실상 좌초되면서 수십억 원대 피해를 입은 주민들이 집단행동에 나섰다.
피해자들은 18일 포항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용흥동 중앙하이츠 피해자 대책위원회’를 공식 출범시키며 “출자금 전액 환불과 정부·지자체의 전수조사”를 강력히 촉구했다.
이번 사태는 단순 지역 분쟁을 넘어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협동조합형 민간임대주택’ 피해의 縮圖(축도)라는 점에서 심각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이미 사회문제가 된 ‘지역주택조합’ 사태와 구조적으로 크게 다르지 않다며 “정부 차원의 관리·감독 공백이 서민 피해를 키우고 있다”고 꼬집는다.
▲“10년 살아보고 분양” 믿고 가입…4년째 착공 불발
더아일린협동조합은 지난 2020년 말 포항시 용흥동 388번지 일대 570세대 규모 아파트 사업을 내세워 홍보관을 열고 조합원을 모집했다.
당시 “10년 임대 후 분양전환 가능”, “납부한 보증금 전액 반환 보장”, “토지계약 95% 확보”라는 문구가 대대적으로 홍보됐고, ‘중앙하이츠’라는 익숙한 브랜드까지 활용되면서 시민들의 신뢰를 끌어모았다.
그러나 이후 4년이 지나도록 사업은 한 발짝도 진척되지 않았다. 시행사 아일린씨티㈜가 포항시에 장기임대주택 사업계획 승인을 신청했지만 수차례 보완 요구 끝에 결국 스스로 신청을 취하했다. 시공사로 거론됐던 중앙건설㈜과 동우개발도 이미 2023년 초 MOU를 파기한 상태다.
현재까지 확인된 피해액만 30억 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개별 소송을 제기한 일부 주민이 환불 판결에서 승소했으나 실제 보상은 지연되고 있으며, 대다수 피해자는 돌파구조차 없는 상황이다.
▲포항시 책임론 불가피…“방관으로 피해 확산”
피해자들은 포항시가 사업 초기부터 위험성을 인지했음에도 행정적 조치를 취하지 않아 피해 확산을 방치했다고 강하게 성토했다.
대책위 관계자는 “4년 동안 사업이 전혀 진전되지 않았는데도 시는 단순 민간 분쟁이라며 사실상 손을 놓았다”며 “행정기관이 시민을 보호하지 못한 전형적 사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로 국토교통부는 올해 들어 지역주택조합 전수조사에 나섰지만, 협동조합형 민간임대주택은 제외한 상태다. 제도 사각지대 속에서 피해자들은 행정 지원도, 법적 보호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전국적 확산…‘제2의 지역주택조합’ 우려
포항 사례는 빙산의 일각이다. 전국적으로 협동조합형 민간임대주택 사업이 각종 특혜성 홍보로 조합원을 모집한 뒤 좌초하거나 지연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특히 ‘지역주택조합’ 사태와 구조적 유사성이 뚜렷하다. ▲토지확보 미비 ▲조합·시행사·시공사 간 불투명한 관계 ▲조합원 대상 과장광고 ▲행정기관의 관리 공백 등이 반복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역주택조합 피해는 수조 원대 사회문제로 비화했는데, 협동조합형 민간임대도 같은 길을 걷고 있다”고 경고한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관계자는 “민간 주도 조합사업은 서민 내 집 마련 욕구를 자극하는 방식으로 피해자를 양산한다”며 “정부가 늦기 전에 법적 규제 장치와 감독 권한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피해자 요구 “전액 환불·전수조사·책임자 처벌”
대책위는 기자회견에서 ▲출자금 전액 환불 ▲포항시 전수조사 및 대책 마련 ▲국토부 차원의 협동조합형 민간임대 전수조사 ▲시행사·조합 관계자 민형사 책임 규명 등을 요구했다.
특히 “이번 사태는 단순한 사적 분쟁이 아니라 제도적 공백에서 비롯된 집단 피해”라며 “정부·지자체가 미온적으로 대응한다면 제2, 제3의 ‘포항 중앙하이츠’가 속출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도 공백 메우지 못하면 피해 전국 확산
이번 사건은 포항이라는 지역적 특수성을 넘어 제도적 공백이 낳은 구조적 문제다. 지역주택조합 사태 이후에도 비슷한 민간조합형 사업이 규제 밖에서 성행해왔고, 관리·감독 부재 속에 수많은 서민들이 피해를 떠안고 있다.
전국 평균으로 볼 때, 지역주택조합 피해자는 수십만 명에 이르고 피해액도 수조 원 규모에 달한다. 협동조합형 민간임대 역시 전국 곳곳에서 유사 피해가 보고되고 있어 사실상 ‘제2의 지역주택조합 사태’로 비화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정부와 지자체가 단순한 민사 분쟁이 아니라 사회적 사기 사건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포항시는 행정 방관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에서 향후 정치·사회적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